붕어낚시 채비 연구
박현철의 ‘해결사채비’
단일봉돌↔분할봉돌 무한자유 변신
구슬봉돌 위 고리봉돌만 올려주면 예민한 분할봉돌채비로 전환
입질 약한 겨울붕어, 지저분한 바닥에서도 환상 찌올림
허만갑 기자
수초대 스윙낚시에 특효를 발휘한 ‘하나로채비’로 인기를 모은 <비바보트> 진행자 박현철씨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 채비를 개발했다. 묵직한 일반 바닥채비와 예민성을 극대화한 분할봉돌채비를 하나로 조합한 이 채비는 대물낚시, 수초낚시, 떡밥낚시에 모두 쓸 수 있고, 어떤 악조건도 멋진 찌올림으로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해결사채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 박현철씨가 '해결사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바늘 위의 황동 구슬봉돌과 고리봉돌이 모두 원줄에 연결되어 있어 고무스토퍼의 위치 조절만으로 두 봉돌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 안좌도 신촌지에서 '해결사채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박현철씨. <비바보트> 촬영감독 유영택씨가 그의 낚시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 네 마디…
꿈결같이 서서히 솟아오르는 찌올림은 모든 붕어낚시인의 로망이다. 월척의 손맛보다 환상적인 ‘찌맛’에 반해 붕어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붕어낚시인들은 멋진 찌올림을 얻기 위해 고가의 수제찌도 아낌없이 구매하고 1m에 달하는 장찌를 만들어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붕어낚시 고수들은 ‘찌올림의 핵심은 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봉돌채비에 있다’고 말한다.
“봉돌채비가 정확해야 찌가 시원스럽게 솟는 것이지, 봉돌채비가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고급 찌를 써도 한두 마디 이상 솟지 않습니다.”
해결사채비를 고안해낸 박현철씨의 말이다. 박현철씨는 ‘정확한 채비’란 가벼운 채비, 예민한 채비와는 다른 표현이라며 ‘봉돌채비가 너무 무거워도 찌올림이 둔해지지만 반대로 봉돌채비가 너무 가벼워도 찌올림은 둔화된다’고 말한다.
“요즘 옥수수내림채비로 대표되는 초경량급 채비가 유행하는 이유는 배스나 블루길이 확산된 후 토종붕어들의 입질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붕어들의 미약해진 입질을 잡아내기 위해 봉돌이 점점 가벼워지고 찌도 점점 가늘어지는 것이죠. 그러나 저부력찌와 가벼운 봉돌은 예민한 입질을 잡아낼지는 몰라도 시원스런 찌올림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역학적으로 찌가 시원스레 솟는다는 것은 찌에 충분한 부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며, 부력이 충분한 찌를 쓰려면 그에 맞는 묵직한 봉돌을 달아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나는 옥내림채비의 위력을 경험했으면서도 잘 쓰지 않습니다. 옥내림채비의 최대 단점, 즉 멋진 찌올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올림입질 대신 내림입질이 나타나죠. 찌맛이 없는 붕어낚시란 내겐 ‘앙코 없는 찐빵’입니다. 그래서 옥내림채비만큼 예민하면서 찌는 멋지게 올려줄 수 있는 채비가 없을까 고심하다가 해결사채비를 만들게 됐습니다.”
▲두 봉돌을 떨어뜨린 상태. 이 경우 좁쌀봉돌분할채비가 된다.
▲두 봉돌을 붙인 상태. 이 경우 단일봉돌채비가 된다.
“이제 두 종류의 채비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 없어요”
해결사채비는 <그림1>과 같다. 큰 고리봉돌과 작은 구슬봉돌이 하나의 원줄로 연결돼 있는데, 고리봉돌의 양쪽에 고무스토퍼를 넣어서 두 봉돌을 떨어뜨렸다 붙였다 할 수 있다. 두 봉돌을 붙이면 일반 바닥낚시용 단일봉돌채비가 되고, 두 봉돌을 떨어뜨리면 예민한 떡밥낚시용 분할봉돌채비(고리봉돌은 중층에 뜨고 구슬봉돌만 바닥에 닿는)가 된다.
박현철씨는 ‘이 채비는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의 좁쌀봉돌분할채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성제현씨의 좁쌀봉돌분할채비는 저활성 붕어들의 약은 입질을 폭넓은 찌올림으로 증폭시켜주는 대단히 강력하고 효과적인 채비입니다. 나는 떡밥낚시를 할 때 성제현씨의 좁쌀봉돌분할채비를 써서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떡밥낚시보다 생미끼 대물낚시를 더 많이 하는 나로서는 분할봉돌채비만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활성이 좋은 붕어들을 상대하거나 수초가 밀생한 곳에서 직공낚시 등을 하기엔 간단한 단일봉돌이 분할봉돌보다 더 편하고 적합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낚시터에 따라 단일봉돌채비와 분할봉돌채비를 바꿔가며 사용했는데 그것이 번거롭고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채비에 단일봉돌과 분할봉돌을 모두 담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 해결사채비를 고안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단일봉돌채비에서 좁쌀봉돌분할채비로 바꾸려면 목줄채비를 통째로 교환해야 했다. 기존의 단일봉돌에 작은 좁쌀봉돌만 달아선 전체 채비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단일봉돌에서 좁쌀봉돌 무게만큼 더 깎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수초대에서 직공낚시를 할 때는 단일봉돌이 유리하지만, 계곡지나 좌대낚시터, 양어장낚시터에서 떡밥낚시를 할 때는 분할봉돌채비가 유리한데, 낚시터를 옮길 때마다 채비를 교환하는 것은 성가신 작업이다. 그래서 해당 낚시터에 최적의 채비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바꾸기가 귀찮아 그냥 쓰는 경우가 많다. 만약 대물낚시만 초지일관 즐기거나 사철 내내 떡밥낚시만 즐기는 꾼이라면 채비를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붕어낚시인들은 대물낚시와 떡밥낚시를 함께 즐기기 때문에 채비의 교환이 불가피하고, 그래서 낚싯대 케이스 안에 대물낚시채비와 떡밥낚시채비를 두 벌씩 감아서 다니기도 하고, 아예 대물낚시용 낚싯대와 떡밥낚시용 낚싯대를 별도로 준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결사채비를 사용하면 그런 번거로움은 사라진다. 단일봉돌에서 분할봉돌채비로 바꾸고자 할 때 봉돌을 새로 깎거나 목줄을 교환할 필요 없이 원줄의 고리봉돌의 위치만 구슬봉돌에서 떨어뜨려주면 되는 것이다. 만약 다시 단일봉돌로 쓰려면 고리봉돌을 도로 구슬봉돌에 붙이면 된다.
옥내림채비보다 뛰어난 어신 간파 능력
해결사채비는 지난 10월 15일 전남 신안군 안좌도 신촌지(치동지, 4만3천평)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나는 박현철씨 옆에 나란히 보트를 띄우고 그의 낚시를 지켜보았다. 이날 박현철씨는 새로 개발한 해결사채비와 옥수수내림채비, 일반 단일봉돌채비를 모두 사용해보았는데, 거의 모든 붕어를 해결사채비로 낚았다. 미끼는 새우만 사용했다.
초저녁 8시에 박현철씨는 해결사채비로 41cm 붕어를 낚았고 그 외에도 31~35cm 월척 5마리와 8~9치 여러 마리를 낚았다. 반면 옥내림채비엔 7마리를 낚았으나 6~7치로 씨알이 잘았고, 일반 단일봉돌채비엔 전혀 입질이 없었다.
한편 나는 일반 바닥채비와 옥내림채비를 함께 사용했는데 옥내림채비로 32cm 월척 한 마리를 낚는 데 그쳤다. 만약 우리 두 사람 다 일반 단일봉돌채비만 썼으면 한 마리도 낚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지금 신촌지는 여름내 수면을 뒤덮었던 마름들이 삭아서 바닥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마름이 있었던 포인트의 바닥에는 삭은 마름잎과 줄기들이 뒤엉켜 미끼가 함몰되기 쉬운 상황이지요. 먼저 이곳을 다녀간 낚시인들의 말에 따르면 마름이 삭기 전, 즉 한 차례 추위가 오기 전인 10월 초에는 붕어들이 잘 낚였는데 며칠 전부터 입질이 뜸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삭아 내린 마름 찌꺼기가 붕어 입질의 장애물이 된 게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이처럼 바닥이 지저분한 곳에선 미끼가 함몰되지 않더라도 붕어들의 흡입하는 입질이 약해지면서 예민한 채비가 아니고서는 선명한 찌올림을 얻기 어렵습니다. 오늘 예상대로 일반 바닥채비엔 입질조차 없었고, 해결사채비와 옥내림채비에만 입질이 왔는데, 옥내림채비는 찌가 수면 아래 잠기는 특유의 본신이 오기까지 길고 지저분한 예신이 오래 지속되어 눈이 피로하고 낚이는 붕어의 씨알도 잘았습니다. 반면 해결사채비는 찌가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는 확연한 본신이 전개되어 챔질타이밍을 잡기 수월했고 낚이는 붕어의 씨알도 굵었습니다.” 박현철씨의 말이다.
▲ "해결사채비, 과연 악조건의 해결사답군요!" 안좌도 신촌지에서 해결사채비를 사용해 41cm(손에 든 붕어)를 비롯해 월척을 타작한 박현철씨. 이날 일반 바닥채비엔 입질도 없었고 옥내림채비엔 잔 씨알이 낚였다.
해결사채비 만들기
①원줄에 고무스토퍼-고리봉돌-고무스토퍼 순으로 넣는다.
②구슬봉돌의 한쪽 끝에 원줄을 묶는다. 이 황동제 구슬봉돌은 군계일학에서 만든 제품인데 4호와 5호를 주로 쓴다. 5호의 경우 무게는 바다찌낚시용 G2 봉돌과 비슷하다.
③구슬봉돌의 나머지 한쪽 끝에 목줄채비를 연결한다.
사용법
●낚시터 현장(대물낚시와 떡밥낚시 불문)에서는 고리봉돌을 구슬봉돌에서 15~30cm 떨어뜨려서 사용한다. 이때 구슬봉돌만 바닥에 닿고 고리봉돌은 수중에 떠 있다. 붕어가 입질하여 작은 구슬봉돌만 뜨면 전체 채비가 서서히 그러나 거침없이 솟구쳐 오른다.
●수초직공낚시, 수초대 스윙낚시, 강풍이나 물흐름이 있는 상황, 기타 채비의 예민성보다 안정감이 필요한 상황에선 고리봉돌을 구슬봉돌 쪽으로 끌어내려 붙인다. 즉 단일봉돌채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찌맞춤법
수조에서 바늘채비만 뗀 상태(고리봉돌과 구슬봉돌까지 다 달린 상태)로 찌가 수면에 일치하는 수평찌맞춤을 한다. 이때 찌톱에 케미라이트를 끼워서 찌맞춤을 해도 되고 빼고 해도 상관없다. 그 상태에서 바늘채비만 달아 현장에서 사용하면, 고리봉돌은 뜨고 구슬봉돌만 닿은 상태가 된다.